논평/뉴스

[43호 논평] 이제 겨우 열여덟이었습니다

논평
작성자
makeourfuture
작성일
2017-11-26 11:25
조회
38


[우리미래 43호 논평] 이제 겨우 열여덟이었습니다

잔인한 계절이 또 돌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하다 세상을 떠난 19세 김 군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올 1월 LG유플러스 19세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11월 19일, 제주의 한 생수 제조업체에서 압착기기에 눌리는 사고를 당한 현장실습생 18세 이 군이 사고 열흘 만에 사망했다.

현장실습, 한마디로 교육훈련을 받던 10대 학생이 왜 사망했을까. 이 군이 실제로 일을 배운 건 5일에 불과하다. 일을 가르쳐주던 직원은 닷새 만에 갑자기 그만뒀고 이 군은 일을 배우자마자 그 업무를 혼자 맡아야 했다. 그러다 지난 9일, 기계가 갑자기 작동을 멈췄고 이를 홀로 점검하던 이 군은 기계가 갑자기 재개되는 바람에 기계에 몸이 눌려 치명상을 입었다. 매우 위험하고 복잡한 기계였다. 기업은 그 기계를 정식 직원이 아닌 이제 겨우 열여덟되어 일을 배우러 온 현장실습생이 혼자 만지도록 두었다.

교육 당국과 기업은 이 군과 같은 현장실습생들의 '위험노동'을 대가로 성과를 챙기고 있었다. 매년 교육청은 실업계고의 취업률에 따라 각종 예산을 배정한다. 그래서 학교는 노동현장보다 취업률 높이기에 급급하다. 열악한 환경의 학생들에게 참으라고 조언한다고 할 정도다. 그 메커니즘을 잘 아는 기업은 저임금의 위험한 기피 업무를 현장실습생으로 메꾼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교육부는 얼마 전 실업계고 취업률이 2000년 이후 최초로 50%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중 고용보험에 가입된 일자리 비율은 2012년 79.6%에서 2015년 58.8%로 떨어졌다. 묻지마 취업 속에 학생들의 노동환경은 뒷전이다.

이제 겨우 열여덟이었다. 학교와 정부와 기업의 이해관계 속에 한창 놀 나이에 주말까지 근무했던 이 군의 땀은, 펼쳐보지 못한 채 아껴두었을 이 군의 꿈은, 프레스기에 눌려 무참히 사라졌다. 이대로는 안 된다. 더 많은 김 군을, 이 군을 보내지 말자. 18세 학생을 '돈벌이수단'으로 여기는 이토록 잔인한 세상을 바꾸자. 교육정책은 학생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설계되어야 한다. 학생의 안전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교육 당국부터 현장감독을 강화하고, 학생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좋은 일자리와 만날 수 있도록 일자리의 질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나아가 사업장별 안전관리·점검 체계를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 더 이상의 산업재해를 막아야 한다. 노동현장도 교육현장도 다시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자.

2017.11.24.
우리미래 미래정치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