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정치칼럼⑥] 백재현 의원 대표발의 정당법개정안에 이의 있다

*오태양 공동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함께 ‘미래정치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원문보러가기 > http://naver.me/5mOjS7gW

촛불혁명 이후 첫 국회의원 선거인 21대 총선이 불과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미니총선으로 불린 4.3 재보궐선거의 열기는 대단했지만, 대체로 ‘무승부’라는 관전평이 대세인 듯하다. 실전같은 선거평가전을 톡톡히 치른 각 당은 이제 본격적인 총선리그에 돌입할 채비를 서두를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자 총성없는 전쟁터라고 한다. 전자는 주권자의 권리를 권력으로 승화시키는 이상적인 의미에서, 후자는 권력과 부의 고지쟁탈전이라는 현실적 의미에서 다양한 정치세력의 각축장이 될 것이다.

▲  최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무당층’은 실제 존재한다. ⓒ 리얼미터

선거를 앞두고 으레 나오는 게 여론조사다. 재미있는 것은 정당지지율을 묻는 어떤 여론조사에서도 빠지지 않고, 때로는 위협적인 득표력을 자랑하는 정치세력이 하나 있다. 이 정치세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떠한 정치 체제와 구도 속에서도 살아남는 생명력을 자랑하곤 한다.

바로 ‘무당파’라 불리우는 ‘지지정당 없음’ 세력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당파’는 그 자체로 독자적인 정치세력이 될 수 있을까? 또한 ‘지지정당 없음’ 정당은 존재 가능할까? 얼핏 우스갯소리 같지만 그것은 존재하고, 존재 가능하며, 존재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허구가 아닌 실제이며, 민주주의의 본질로 들어가는 입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백재현 의원은 왜 ‘지지정당 없음’을 우려할까?

그래서였을까? 지난 4월 1일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광명시갑)은 현행 정당법 제41조 ‘유사명칭 등의 사용금지’ 항목에 대한 개정안을 같은 당 소속 의원 10명과 함께 발의했다(입법예고중). 현재 난항을 겪고 있으나, 그 어느 때보다 선거제도 개편과 공직선거법 개정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요구가 강한만큼 선거와 관련한 법·제도적 개혁은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그래서 백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개정 내용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정당의 명칭이 해당 정당이 추구하는 정치적 가치와 관련 없이, 투표 시 유권자의 착오를 일으키게 하려는 목적을 가진 경우에 특별한 제재 규정이 없는 실정임. 일본의 경우 최근 참의원 선거에서 ‘지지정당 없음’이라는 정당명의 원외정당이 원내정당보다 높은 득표수를 획득하여 논란이 되기도 하였음.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당은 정당의 명칭의 끝에 ‘당’이라는 명사를 사용하도록 하려는 것임.”

정당법 일부법률개정안 제41조 제3항 신설

백 의원의 개정안에 따른다면 대한민국에서 정당을 설립하고자 하는 모든 개인과 단체는 정당명을 지을 때에 마지막에 반드시 ‘OO당’으로 해야 한다고 해야 한다고 ‘강제의무조항’을 명기하겠다는 것이다. 

▲  4월 1일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당법 일부개정법률안 1페이지와 3페이지. 이 법안은 정당의 명칭 끝에 ‘당’이라는 글자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빨간색 박스 안). ⓒ 오마이뉴스

만약 이 법이 통과된다면 ‘OO당’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을 시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창당준비위원회 설립신고서가 반려될 것이고, 정당설립 주체가 ‘당’자를 안넣을 것을 고집할 경우, 최악의 경우에는 정당설립 자체가 허가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당설립의 여러 가지 요건 중에 ‘작명에 관한 강제규정’이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이다.

백 의원은 사례로 2013년 일본에서 창당해 참의원·중의원 두 번의 선거에 출마한 ‘지지정당 없음’ 정당을 콕 집었다. 만약 한국에서도 어떤 정치세력이 ‘지지정당 없음’이라는 정당을 창당해 선거에 나올 경우, 이들의 불순한 의도로 인해 유권자들은 투표권 행사에 있어서 심각한 착오를 일으킬 것이며, 현행 정당법에는 이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개정 이유로 제시했다. 과연 이러한 정당설립의 규제 장치가 바람직한 것일까?

정당의 자유를 침해하는 개정안의 세 가지 문제점

입법 취지에 대한 일부 동의에도 불구하고 이 개정안은 세 가지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국민의 정치적 결사와 의사표현의 자유권에 관한 헌법가치의 훼손 가능성, 둘째 최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수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과잉금지의 오류와 한계, 셋째 새로운 정당의 출현과 소수정당의 의회진출을 가로막는 정치장벽의 역기능이라는 측면이다. 

먼저 국민의 정치적 결사와 의사표현의 자유권 침해를 살펴보자. 현행 헌법은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8조 1항),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함(8조 2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곧 정당설립의 자유, 정당조직의 자유, 정당활동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함을 의미하는 것이다(2006년 헌법재판소 판시).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의 자유’에는 당연히 ‘정당명의 자유’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정치적 결사의 자유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에 부합하는 정당의 이름을 가질 수 있다는 권리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정당사, 세계의 정당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한국의 정당명을 보자. 대표적으로 ‘새정치국민회의'(1995년, 김대중 당대표) ‘자유민주연합'(1995년, 김종필 총재) ‘국민승리21′(1997년, 권영길·이창복 공동대표) ‘새정치민주연합'(2014년,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이 존재했으며, ‘국민생각’ ‘친박연대’ ‘우리미래’ 등 ‘당’을 붙이지 않는 정당은 부지기수로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현재 프랑스의 집권당은 ‘전진하는 공화국'(La Republique En Marche!), 이탈리아의 연정집권당은 ‘오성운동'(Movimento 5 Stelle)이며 스페인의 유력정당으로서 ‘우리는 할 수 있다'(Podemos)도 존재한다. 가까운 이웃 아시아만 하더라도 홍콩의 청년정당 ‘데모시스토'(Demosisto·香港衆志), 대만의 청년정당 ‘시대역량'(時代力量)도 있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당법에 ‘당명강제규정’을 둔 ‘꼰대 국가’로 가자는 취지인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조금 후지다.

▲  2013년 창당한 일본의 ‘지지정당없음’ 정당의 선거포스터. 2016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무려 70여만 표를 얻어 일본사회를 놀라게 했다. ⓒ 지지정당없음 홈페이지 갈무리

둘째 이유는 아직 존재하지도 않은 ‘지지정당 없음’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모든 정당명에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강제규정을 두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지지정당 없음’을 표방하는 정치세력이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로서가 아니라 오직 ‘유권자의 착오를 일으키려는 목적’으로 창당을 하고, 정당명을 지었다고 단정하고 있다.

2016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지지정당 없음’ 정당에게 투표했던 70여만 명의 유권자들의 선택이 단순히 착각과 혼란에 기인한다는 근거없는 분석은 상당한 정치적 편견과 선입관의 결과로 보여진다. 자민당의 반세기 넘는 정치독점과 지리멸렬한 야당세력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극에 달한 일본 유권자들의 가장 능동적인 정치행동은 아니었을까?

설령 몇몇 착오투표의 가능성이 있다고 한들, 그것은 선거시기에 일어날 수 있는 보편화된 에피소드의 일부일 수 있으며 원천봉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존재하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당’자가 없다고 착오투표 행위가 사라지겠는가. 불현듯 일제강점기 ‘창씨개명’이 떠오른다. 일제는 ‘내선일체’의 획일화를 꾀하면서도, 조선인을 일본인과 차등적으로 구별하기 위해 ‘차별적 창씨'(일본 성姓)를 강제적으로 제공했다. ‘당명강제규정’은 한마디로 ‘한국판 창씨당명’ 사건이라 부를법한 획일화 시도다.

마지막으로 ‘당명강제규정’ 개정안은 철저히 기득권을 누려온 원내정당의 입장에서나 나올 법한 개악법일 수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만약 현재 원내 유력정당이 그 당사자였다면, 이런 입법발의를 과연 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입법발의에 참여한 10명의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으로서는 집권여당의 안락함에 푹 빠져서 신생정당, 소수정당, 원외정당이 허물기를 호소하는 현행 정치장벽의 위압감을 체감하지 못할 것이다.

득표율과 의석수의 불비례성, 객관적 근거없는 3% 봉쇄조항, 의석획득을 기준으로 하는 정당해산 요건, 비례후보의 선거운동 금지조항, 제왕적 공천권에 대한 제도적 통제의 불가능함, 지역정당을 원천봉쇄하는 정당설립요건 등 새로운 정치세력이 정치적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해서 넘어야할 불합리한 정당법과 선거제도의 관행과 폐해는 무수히 많다. 온통 금지와 규제 투성인 정당법을 풀어도 모자랄 판에 ‘이름 짓는 법’까지 간섭하고 통제하려 들다니 심각한 권위주의적 발상이다.

촛불혁명 이후 시민들은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높은 민주주의, 더 깊은 민주주의’를 원하며, 단순한 참정권의 확대를 넘어 ‘투표하는 시민에서 정치하는 시민’으로의 이행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백 의원의 발상은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 출전하려면 반드시 규격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는 강제규정을 만들려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1960년 무명의 에티오피아 마라토너 아베베는 맨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만약 마라톤 강국들이 아베베가 2연패할 것을 우려해 ‘운동화 강제 조항’을 마라톤 규칙에 넣으려 했다면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당했을 것이다. 그러하니 지금이라도 개정법 발의의 타당성을 제고할 시점이다.

‘지지정당 없음’의 정치화는 결코 막을 수 없는 길이다.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 공간에서도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디오테스=idiot의 어원)은 ‘바보'(idiot)라고 손가락질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선거의 승패는 ‘지지정당 없음’이라는 살아 움직이는 정치 유목민들이 침묵에서 회심할 때 판가름나곤 한다. ‘지지정당 없음’ 만큼 강력하고 오래가는 정치세력은 없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민주주의의 증거이다.

그러니 간섭하지 말라. ‘지지정당 없음’의 자유와 권리를 허(許)하라!

▲  정당 이름에 반드시 ‘당’을 넣어야 할까.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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