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

2012년쯤 다니던 회사가 경영악화로 매달 몇십 명씩 권고사직이 이뤄졌다.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직을 알아보면서 한 지자체 무기계약직을 지원했다. 1차 서류통과가 되고 면접날 50명 가까운 사람이 모였다. 점심시간 이후 시작된 면접은 거의 몇 시간을 기다려서 마지막 조로 들어갔다. 내가 일했던 분야라 자신감이 있었고, 무기계약직이지만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겠다는 부푼 기대가 있었다. 면접관 중 한 분이 일하며 알게 된 분이었는데 다음날 그분에게 연락이 왔었다. 면접을 잘 봤는데 혹시나 기대를 할까 봐 조심스럽게 말을 한다면서 내정자가 있으니 그냥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하셨다. 계약직 공무원 자리에는 내정자가 많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 것일까. 같이 면접을 봤던 50명 가까운 사람들은 면접 쇼를 위한 들러리였나. 굴욕적이면서 씁쓸했다. 그 후로 계약직 공무원 지원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 시기쯤 강원도에서는 강원랜드를 취업목표로 카지노학과, 관광학과를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한 사람들이 있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경제회생을 위해 관광산업을 육성할 목적으로 ‘폐광지역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1998년 6월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공기업이다. 하지만 2012년~ 2013년 신입사원 518명 중 무려 493명이 청탁 대상 자였던 걸로 2017년 내부감사결과가 나왔다. 무려 95%이다. 청탁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 중에 강원도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자유 한국당 권성동 의원, 염동열 의원이 있었다. 지난 24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가 시작되고 3년 4개월 만에 드디어 권성동 의원 1심이 열렸다. 결과는 무죄였다. 면직자 226명 중 198명에 대해 채용이 취소까지 된 사건인데 11명의 청탁 혐의를 받고 있는 자는 무죄라니.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이 권성동 의원 청탁을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을 하고, 강원랜드 자체 감사에서도 청탁 관련 내부 문서가 나왔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 증인도 있는 범죄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없는 사건이 되었다.   

가장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채용비리가 터졌다. 이 사건으로 공공기관 1453개 전수조사 이뤄졌고 지난 2월 전수조사 결과 182건의 채용비리가 나왔다. 채용비리는 단순히 일자리 하나 봐준 문제가 아니라 ‘권력형 종합비리 세트’이다. 평생직업을 뇌물로 주는 것이니 말이다. 이 사건은 취업준비를 하는 수많은 청년들의 몇 년간 노력을 물거품 만들고 희롱했다. 나의 노력으로 쌓은 스펙보다 부모님의 인맥이, 집안 환경이 우선되는 사회를 언제까지 참고 봐야 하는 것일까. 권성동 1심 무죄 판결로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권성동들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평생 뇌물을 선물 받은 자들도 당당하게 출근길에 나설 것이다. 그래서 권성동 1심 무죄 판결을 그냥 넘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 사회 첫 출발선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삐뚤어진 출발선에서는 시작하는 사회를 어떻게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는가.  2심 재판부에서는 수많은 권성동들에게 유죄를 내려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kyb@asiatime.co.kr  

출처 : 아시아타임즈(http://www.asiatime.co.kr)

로그인하세요.

또는    

계정 내용을 잊으셨나요 ?

Create Accou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