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정치칼럼①] ‘의원 10% 줄이고, 비례 없애고’… 나경원이 동문서답인 3가지 이유 | ‘심사숙고 끝에 꽝’이라더니 개악안을 냈다

[미래정치칼럼①] ‘의원 10% 줄이고, 비례 없애고’… 나경원이 동문서답인 3가지 이유 | ‘심사숙고 끝에 꽝’이라더니 개악안을 냈다

*오태양 공동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함께 ‘미래정치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원문보러가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18232&CMPT_CD=SEARCH

▲ 발언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출발한 선거제도개혁 버스가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 3월 15일이 선거구획정안 제출을 명기한 법정시한이니 불과 5일 남은 셈이다. 정치개혁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한 주다.

그리고 지난 10일,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하던 자유한국당이 드디어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입장을 발표했다. 2018년 12월 15일, 여야 5당 합의문 도출이래 85일만에 최초의 공식입장이니 늑장 제출의 비판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심사숙고 끝에 꽝’이라더니, 그마저도 ‘동문서답형 개악안’에 가까워 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직접 서명한 합의문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일까? 의구심마저 들어 대표적인 몇가지 사항만 비판적으로 분석해 본다.

첫째, 자유한국당은 ‘비례의원 전면폐지’를 제안했다

이것은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협의한다’는 ‘합의문 1항’에 정면 위배된다. 어디 그뿐인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비례제 폐지 근거로 ‘비례의원은 내 손(유권자)으로 뽑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제왕적 공천권을 개혁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선거제도 중에서 ‘개방형(혹은 자유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의 비례의원 후보 순번을 유권자들이 직접 선택하는 선거제도로서,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등 OECD 16개국이 채택하고 있다. 심지어 스위스처럼 여러 정당의 비례후보들을 유권자의 정치 선호에 맞게 교차 투표할 수 있도록 자유투표가 가능한 국가도 있다.

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직접 “현행 비례대표제가 밀실공천, 낙하산공천의 폐해를 양산한다”고 했으니, 이는 공천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는 말로 보여진다. 애꿎은 비례대표제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공천권’을 당원과 유권자에게 되돌려주는 ‘아래로부터의 공천개혁’을 한국당부터 앞장서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핵심은 ‘비례제’가 아니라 ‘공천권’에 있다.

둘째, ‘270석으로 의원정수 축소(10% 감축)’를 제안했다

▲  2018년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6개항의 합의문을 도출하고 서명했다.
ⓒ 조기원

이것은 ‘비례대표 확대 및 의원정수 10% 이내 확대 여부를 포함하여 검토한다’는 취지의 ‘합의문 2항’에 어긋나는 방향이다. OECD 국가 중 ‘의원 1인당 인구수’가 한국(17만 명)보다 많은 나라는 오직 미국, 일본, 멕시코뿐이다. OECD 평균은 의원 1인당 10만 명이며, 영국‧프랑스‧독일‧덴마크 등 대다수인 90% 국가가 한국보다 의원 1인당 인구수가 적다. 더군다나 일본과 멕시코는 비례의원수 비율이 40%에 달하며(한국 18%), 미국은 중앙당이 존재하지 않아 공천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정당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는 국민의 대표성과 비례성을 어떠한 형태로든지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발전되고 성숙한 민주주의 정치시스템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국민여론이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불량의원’ 때문이다.

누가 주범인가? 탄핵부정, 역사왜곡, 채용비리, 스트립바 해외출장을 일삼는 한국당의 존재감이 부정여론을 확산시키는 진원지일 수 있다. 국회의원 세비를 과감히 줄이고,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고, 잘못하면 국민소환권을 발동할 수 있게 한다면, 국민들이 ‘밥값하고 방값하는 좋은 국회의원 늘리기’에 반대할 리 만무하다.

만약 한국당이 반드시 의원정수를 진심으로 축소하고 싶다면, 약속한 바 있으니 ‘의원 총사퇴’를 단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겠다.

셋째, ‘내각제 개헌 없이 선거개편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선거제도 개정 후에 개헌논의 시작한다’는 ‘합의문 6항’에 반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동형비례제와 현행 대통령제는 마치 윗도리 한복, 아랫도리 양복처럼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이는 깔맞춤을 하면 된다.

중요한 건 상의든, 하의든 순차적으로 해야지, 동시에 벗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대체 어떤 신박한 사람이 상하의를 동시에 벗을 수 있단 말인가? 따라서 합의대로 먼저 선거제도 개정안을 처리하면, 곧이어 ‘국회개헌특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권력구조 분권논의를 시작하면 될 것이다.

선거제 개혁과 권력구조 개헌이 꼭 상충하는 것만은 아니다. 연동형비례제가 도입되면 정치시장이 활성화되고, 대통령 권한을 포함한 권력분권을 촉진하는 촉매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분권을 원한다면, 선거제 개혁부터 시작하는 것도 합리적 방법 중 하나이니, 굳이 한국당이 반대할 명분이 없어 보인다. 선거제 개혁으로 국회정개특위가 종료되면, 정치개혁 2라운드는 ‘국회개헌특위’ 구성이 될 것이다. 한국당이 그토록 원하는 개헌이니 위원장을 자처해 좋은 방안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 여야 5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 합의 여야 5당 원내대표가 2018년 12월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를 합의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 연합뉴스

뻔뻔하다, 엉뚱하다

이처럼 3가지 이유만으로도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뻔뻔하고 엉뚱하기 그지없다. 국민 앞에서 한 ‘1월까지 합의한다’는 약속을 팽개치고, 3개월 지나도록 어떠한 제안도 없었으며, 67일간 국회보이콧까지 일삼다가 종치기 직전에야 겨우 지각 답안을 제출한 것이다.

어찌보면 국민들께 용서를 구해도 시원찮을 것 같은데, ‘의회쿠테타’니 ‘대통령 독재’니 막말을 쏟아내며 ‘동문서답’에 ‘과거로의 퇴행’을 주장하니 더 이상 명분도 실리도 챙기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국민과 약속했던 선거개혁 버스는 선거구획정 법정시한인 3월 15일에는 반드시 출발해야 한다. 한국당이 제출한 선거제 안은 안타깝게도 수준미달, 즉 굳이 점수로 치자면 낙제점에 가까워 보인다. 협의 대상이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당의 새로운 추가제안이 없다면, 여야 4당의 선거개혁 버스는 종착지를 향해 과감하게 ‘신속히 트랙’에 올라타야 한다. 신속처리안건 지정절차인 ‘패스트트랙’이 국회법상 존재하는 이유다. 헌법기관인 국회부터 ‘법’을 지키는 모범을 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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