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미래 92호 논평] 체육계 성폭력. 그 곳에서는 가능했던 일

[우리미래 92호 논평] 체육계 성폭력. 그 곳에서는 가능했던 일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한 데 이어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씨도 고1 때부터 상습적으로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체육계 성폭력 문제에 정부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해자들은 그럴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한다(They do because They can).”라는 단순하고 당연한 말이 있다. 우리가 양진호 회장의 폭력 사태를 보고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그와 같은 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본주의 사회, 불평등한 권력 관계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에게 폭력을 당한 부하직원이 다음 날 출근을 하고 또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일을 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일은 안타깝지만 너무나 가능한 일이다. 자본제일주의 사회에서 이와 같은 사내 폭력사태가 가능하듯이 성적만 우선으로 하는 체육계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태도 마찬가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운동선수들이 초등학교, 중학교부터 자신의 선수생활의 성적과 진로를 전적으로 코치에게 의지하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짜여진 스케줄로 생활하며 외부와 소통도 제한되는 합숙소 생활을 한다. 성적을 올리기 위한 폭력, 코치와 선수 사이의 맹목적인 복종 관계를 우리 사회는 암묵적으로 허용했다. 신유용씨는 그 당시 해당 코치의 방 청소는 물론 속옷 빨래까지 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는 절대적인 권력관계, 밀폐된 그 곳에서 가해자들은 폭력과 성폭력을 저질렀다.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인권센터에는 최근 5년간(2012~17) 성추행 및 성폭행에 대해 17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그 중 절반인 87건(50%)의 징계가 주의 내지 경고, 근신 정도에 불과했다. 실질적인 조치는 언론으로 보도된 몇 건의 사건뿐이다. 신고해도 처벌받지 않는 현실 속에서 2차 피해 등을 우려한 피해자들에게 신고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다. 신유용씨도 성폭력 상처로 인해서 유도 선수 생활을 그만두었지만, 가족들이 알기 원하지 않아서 성폭력 피해 사실은 침묵했다고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조은희 상담가에 따르면 체육계 성폭행 신고는 전체 건수의 1%도 안 된다고 한다. 신고 되지 못한 암수범죄(暗數犯罪, hidden crime)가 99%라고 할 수 있다. ‘피해를 입었는데 왜 신고하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에 피해자들은 사활을 걸고 증거를 찾아야 한다. ‘위계나 폭력 상황에서도 피해자는 선택할 수 있다.’라는 대중의 사고가 피해자들에게 칼이 되어 그들을 침묵하게 만들고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 성폭력은 폭력 범죄이다. 다른 폭력 범죄와 마찬가지로 가해자 중심으로 수사하고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가 이뤄져야할 것이다.

정부와 대한체육회 등 관계부처에서 철저한 진상조사와 가해자 영구제명 등 강력한 처벌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더 근본적으로 체육계 엘리트 체육 시스템, 도제식 문화를 해결할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제는 정부, 시민단체, 인권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체육계 인권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2019.1.24.
우리미래 미래정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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