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미래 82호 논평] KT 화재 사건은 ‘재앙사회’를 예견하는 복선이다.

[우리미래 82호 논평] KT 화재 사건은 ‘재앙사회’를 예견하는 복선이다.

지난 11월 24일 KT 아현지사의 통신관로 화재로 서대문, 용산, 마포, 중구 일대 유무선 전화와 인터넷, IPTV, 카드결제단말기 등이 작동하지 않아 시민들에게 큰 혼란이 야기 되었다. 이날 오후 홍대입구역에서는 90년대처럼 공중전화 부스에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는 잠깐 핸드폰 전화를 사용하지 못할 정도의 불편에 머물지 않았다. 중증장애나 지병이 있는 사람들은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들어야 했다. 사고 당일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활동 보조인, 가족, 119는 물론 외부와 연락이 완벽히 차단되어,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두려움에 떨었다는 증언이 속출했다. 또한 통신 장애 탓에 제때 치료를 못 해 70대 노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다.

그렇다면 화재의 피해가 왜 이렇게 커진 것일까? KT 아현지사는 전체 통신망에서 말초신경에 해당하며, 전화선 16만8000회선과 광케이블 220세트가 설치되어있다. 전문가들은 화재의 피해가 커진 배경으로 스프링클러 없이 소화기만 배치된 열악한 소방시설 부족을 지적했다. 또한 아현지사가 전체 통신망 중 중요도가 낮은 D등급이기 때문에 백업(이중화)이 안 되어 있어 이용자들의 피해가 더욱 컸다.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정의했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한국은 대형사고의 가능성이 지뢰밭처럼 널려있다면서, 특별히 위험한 사회라고 한 바 있다. 사람과 사물, 빅데이터 등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연결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지만 소달구지를 몰던 시절의 사고방식을 가진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정도의 낮은 안전불감증 사고와 시스템을 가지고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스마트홈 서비스가 보편화되는 5G 시대를 맞이하는 것은 ‘위험사회’를 넘어 ‘재앙사회’로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재앙사회’를 막으려면 초연결사회는 초안전사회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과 기계 뒤에 있는 사람들의 깊은 성찰과 함께 안전을 최우선순위에 놓는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

2018.11.30.
우리미래 미래정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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