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미래 80호 논평] 모두가 잠든 시각, 그 곳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11월 9일 오전 5시, 서울시 종로구의 한 오래된 고시원에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고시원 건물의 3층에서 발생하였고 당시 현장에는 2층에 24명, 3층에 26명, 옥탑층에 1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모두가 깊이 잠든 시각 발생한 화재는 3층 출입구를 완전히 봉쇄하였고, 화재를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화염 속에서, 인지한 사람들 또한 봉쇄된 출입구 앞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봉쇄된 출입구뿐만 아니라 다닥다닥 방이 붙어있는 각 층의 복도는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었다고 하니 긴급한 상황 속에서 대피하기는 더 어려웠을 것이다. 

발생한 화재는 결국 7명의 목숨을 빼앗고, 10명의 부상자를 남긴 채, 화재 발생 후 2시간 뒤에 완진되었다. 사고 이후 우리에게 전해진 안타까운 소식은 사상자의 대부분이 50대 후반부터 70대 초반의 일용직 근로자들이었고, 이들 중 어떤 이들은 가족과 오랜 시간 인연을 끊고 종로 일대에서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창문이 있는 방에 살았고, 그 창문을 통해 탈출할 수 있었던 한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이 고시원에서 창문이 있는 방은 월세 32만원, 없는 방은 28만원, “창문이 없으면 죽었다.”고 말한 그는 단돈 5만원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현행법상 고시원은 주거 공간으로 쓰임에도 불구하고 주택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독서실과 같은 시설에 적용되는 다중이용업법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주택에 적용되는 기본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2009년부터 실시된 고시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는 건물의 등록 시점에 따라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실정이다. 2007년에 등록된 이 고시원은 해당 사유로 스프링클러도 없었다고 하니, 어렵게 생계유지를 하는 이들에게 이 고시원은 결국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차별받고 있다. 가난하면 스프링클러도 없는 집에서 아무 이유 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현실에 살고 있다. 이번 종로 고시원 화재는 여러 차례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 우리에게 남긴 불안전한 주거에 대한 경각심을 또 한 번 일깨워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안책 마련은 여전히 미미한 상태이다. 

국가는 국민이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해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 현장처럼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안전의 사각지대가 있다. 화재 사고를 대비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한 법안 제정이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가난의 여부를 떠나 언제든 깊이 잠든 시간 우리를 지켜줄 스프링클러가 필요하다.

2018년 11월 14일
우리미래 미래정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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