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2공항 백지화는 시작이다. 더 이상의 비행을 멈춰라.

환경부로부터 ‘반려’ 결정을 받아 사실상 백지화 수순에 들어간 제주2공항이 여론을 무시한 정치 행보로 인해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결정에 즉각 반발했던 원희룡 제주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에서도 제주2공항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년 선거에서 제주는 소모적인 신공항 논쟁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서산민항 등을 둘러싼 전국적 ‘공항정치’ 역시 점입가경이다.

다수 제주도민들은 신공항을 원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여론의 변화는 대역전극의 과정이었다. 2015년 국토부가 현 제주공항의 혼잡과 안전을 이유로 제2공항 계획을 발표한 직후에는 71.1%의 압도적 찬성 여론을 보였다. 하지만 2017년부터 매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찬성은 줄고 반대는 늘어나다 2020년에 반대가 찬성을 앞질렀다. 그리고 올해 2월, 9개 언론사에 의뢰한 대규모 여론조사에서도 더 높은 ‘제주2공항 반대’ 여론이 확인되었다 . 

도민들이 혐오시설도 아닌 공항에 대해 반대하게 된 배경에는 ‘과잉관광(Overtourism)’이 있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강력범죄 발생률과 가장 많은 1인당 쓰레기 배출량에 시달려야 했다. 각종 오폐수가 바다에 무단방류되는 동안 도민들이 쓸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는 부족해졌다.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3관왕(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에 빛나는 제주가 그렇게 망가지고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전까지 연간 약 1,600만 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방문했다. 그런데 제2공항은 연간 4,560만 명이라는 예측 수요에 맞춰 설계되었다. 3배 가까이 관광객이 늘면 제주는 어떻게 될까. 필요한 것은 과잉관광 수요를 충족시키고 더 부추길 새 공항이 아니다. 제주를 지킬 수 있는 적정 수준의 관광객 수가 얼마이며, 어떤 방식의 관광인지에 합의하는 과정이 먼저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끊긴 지금은 새로운 합의를 만들 기회다. 

적정 항공수요의 재검토는 제주에서 시작해 나라 전체에 적용되어야 한다. 비행기는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운송수단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2050년 탄소중립을 약속한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의 비행(飛行)은 ‘기후비행(非行)’이다. 국내선 비행에 제한을 두려는 프랑스 의회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항공여행을 기피(Flight shame)하는 스웨덴의 사례는 유럽을 넘어 세계로 확대될 것이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비행을 멈추어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너나 없는 전국 ‘비행정치’가 판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구에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부산에서는 가덕신공항 건설을 지지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서산민항 건설을 돕겠다 하고, 원희룡 지사는 지사직을 사퇴하면서도 제주2공항 추진을 약속했다. 그들은 각 공항들이 다 필요하고 수요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혹시 그들의 말이 옳다 해도 제주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수요가 옳은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를 향한 더 빠른 비행을 막기 위해 선거용 공항에 대한 유권자의 강력한 ‘반려’를 모아내야 한다.

2021년 8월 4일

미래당 기후미래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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